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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en eun young jung
elsewhe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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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 A long journey had started.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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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 Grandma | |
할머니가 죽은 건, 한 2년쯤 전의 일이다.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삼 년 동안이나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로 돌아가셨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걸을 수 없게 되고 공포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아들의 집에 들어섰던 것은 약 5년전쯤의 일이 된다. 그 5년 전부터 이후 삼 년 동안 할머니가 가족에게 내린 형벌은 다름 아닌 죽음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한다는 사실에 대해 쉴새 없이 의식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죽음이라는 무형의 그것은, 익숙하면서도 늘 예기치 못한 공포로 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
The death of my grandmother occurred about two years ago. My grandmother suffered a stroke and was not able to move out of bed for three years before she died. She was unable to walk. Her eyes were full of fear and caution when she first stepped into her sons house about five years back. From then on for about three years the penalty our grandmother gave our family was that we always has to be conscious of the fact that death presided with us. This abstract thing called death placed a familiar yet unexpected shadow of fear before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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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어떤 곳을 찾아가야만 한다는, 그곳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이라서 무척 힘든 일이겠지만 찾아가야 한다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그때 할머니는 꽤 심한 치매증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구도 할머니의 입을 통에 흘려져 나오는 말 따위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더구나 할머니는, 오히려 말이 많아지는 다른 치매노인들과 달리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실어증의 증상까지 보이고 있었는데, 결코 열릴 것 같지 않도록 늘 힘주어 다물고 있는 그 입술을 조금씩 달싹거리며 어떤 음성을 내뱉을 땐, 차라리 귀를 막아 버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은 종종, 할머니의 실어증과 예기치 않던 웅얼거림 안에 어떠한 메세지가 숨겨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마음을 의지하게 된다. 물론, 당시에는 나를 포함한 가족 누구도 할머니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들지 않았듯이 할머니의 말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내려 들지도 않았다. | Grandma often mumbled incomprehensible sentences. I only remember vaguely, but her utterances were about going to this place, where no one really knew how to reach but had to go to. No one in the family really listened to Grandma since she was also suffering from an advanced stage of Alzheimers. In contrast to other old people with Alzheimers Disease who began to talk more with the start of the disease, Grandma almost had symptoms of aphasia. Her lips were tightly pursed together as if they would not open, and when they did open slightly and let out a sound, I honestly just wanted to cover my ears with my hands. Looking back now, I find myself clinging to the thought that perhaps some message was hidden in Grandmas mumblings. But then, no one in the family, including myself, paid attention to Grandma, or find meaning in her words. | |
겨울, 몹시 비가 내렸던, 빗방울이 너무나 차가와 몸서리 쳐지던 그 밤에, 나는 피맛골 음습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긴 시간 우울을 토로했고, 술집을 빠져 나와선 비틀거리며 종로바닥을 헤매고 있던 중이었다. 거리는 무척 시끄러웠고, 뼈속까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다. 늦은 밤의 종로는 울렁거렸다. 버스와 지하철은 이미 끊어진 시간이었고, 택시는 여간 해서 잡히지 않았다. 귓바퀴를 돌며 왱왱거리던 소리들의 집합은 금새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어, 귀는 물론이고 나의 머리 전체를 내리 누르고 있었다. 핸드폰의 벨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건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전화가 열 한번이나 왔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건,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타고 동네에 도착해 아파트의 모퉁이를 돌아서면서였다. 아파트 현관에 와있던 구급차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속에서야 비로소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언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를 질책했다. 구급차가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때였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심하게 높은 톤으로 윙윙거렸고, 그 때문에 그것은 전혀 현실의 목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중얼거렸다. 너무 취했군. 너무 추워. 할머니는 왜 이렇게 추운 날 죽은 걸까. 왜 이렇게 추운데도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거지. | One winter evening, when it was raining hard and cold enough to make one shudder. I had shared my depressed state of mind back then with my friends at a dampish bar in Pimatkol, and came out, drunk and searching the streets of Chongro. The streets were noisy, and the cold was aching to the bones. Late night in Chongro pounded into my head. Public transportation time had ended, and there were no empty taxis. The noise in the streets had become one big rumble in my ears, pressing at the sides of my head. Probably that was why I didn‘t hear my mobile phone ringing. I only realized that I had about ten unanswered calls when I reached around the corner of my apartment. When I reached the entrance to my apartment, I saw an ambulance and people standing around murmuring, and only then I could hear my phone ringing. As soon as I answered I heard my sister furiously reproach me. And it was only then that I knew that the ambulance had come for Grandma. My sisters voice on the phone continued to ring on a high uneven tone, but it did not seem like reality. I mumbled to myself. I’m too drunk. I‘m too cold. Why did Grandma have to die on such a cold night? Why is it raining and not snowing when its so cold?. | |
언니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갈증을 호소해 왔고 엄마가 먹여주는 물 한 모금을 힘들게 넘기는 듯 하더니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고 했다. 삼 년 동안이나 갖은 고통을 동반하던 질긴 목숨은 의외로 쉽게 끊어져 버릴 수도 있었다는 얘기였다. | According to my sister, grandma professed thirstiness and was drinking sips of water from Moms helping hand with difficulty, when suddenly, she wasn‘t breathing anymore. The seemingly tenacious life that had been accompanied by all kinds of pain, ended unexpectedly too easily. | |
할머니는 그렇게 죽었다. | Grandma died in that way. | |
/지도 | The Map | |
밤새 심하게 긴장된 낯빛으로 경직되어 있던 가족들은 다음날엔 놀랄 만큼 담담하게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죽음이란 또한 그런 것이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것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에 저항하면서 살아간다. 간간이 흐느낌이 들려왔을 뿐, 장례식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해, 심지어 어떤 품위마저 느껴질 지경이었다. 입관식이 있던 날, 할머니의 시체를 염하는 염사의 노련한 손놀림에 시선을 빼앗겨 황홀감까지 느끼던 나는, 죽은 할머니의 얼굴과 마주친 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고백하건대, 그 울음은 슬픔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결코 할머니의 죽음을 슬픔의 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단지 내 주변의 이 모호한 공기가 할머니의 죽음을 그 원인으로 하고 있다는 직감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슬픔이란 단어로 정의 될 수 없다는 것은, 그러한 모호함에 비한다면 꽤나 분명한 것이었다. 아무튼 할머니의 죽음이 몰고 온 알 수 없는 기운은 장례를 모두 마치고도 꽤 오랜 시간 계속되었고, 유품 중 하나인 지도를 발견하면서 극에 달했음이 확실할 것이다. | Our family members who had spent the night in a state of intense tension, faced Grandmas death surprisingly indifferently the next day. Death has such an effect on people. It may be totally uncontrollable to living people, but that is precisely the reason why they rebel against death. At the funeral, other than the occasional soft sobbing, the atmosphere was almost calm, creating almost a grace to the setting. On the day of encoffining, when I first saw my grandmothers dead face, an explicable sorrow made me break down into tears. To tell the truth, my tears did not mean sadness on my part. I did not perceive my grandmas death as an event of sadness. I only had the instinct that this strange atmosphere around me was the result of my grandmothers death. In contrast to the strangeness, the fact that this was not sadness on my part was clear. This strange atmosphere which had started with Grandmas death continued for quite a long time afterwards, peaked at the discovery of a relic, a m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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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바랜 광목 천에 여러 겹이나 소중하게 싸여져 있던 그것은 분명히 지도였다. 가족들은 미루고 미뤄왔던 유품 정리를 할머니가 죽은지 서너 달쯤 후에야 시작했고, 서랍장의 안쪽, 서랍과 몸체가 맞닿는 부분쯤에서 내가 그것을 발견해 낸 것은 또 다시 서너 달이 지난 다음이었다. 무척 심하게 훼손되었고, 또한 좁지 않은 세월의 폭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었으므로 조금만 주의를 늦추거나, 신중을 기하지 않고 손을 댄다면, 금방이라도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았다. 얼핏 얼핏 해독하기 힘든 기호들이 눈에 들어왔다. 잉크의 번진 자국, 여기저기 찍혀있는 희미한 얼룩, 뜯겨지거나 지워져 버린 글자들과 그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또렷한 유기적 형태의 지형. 제법 정성을 들여 필사한 것이 틀림없었을 이 지도는 아마도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만 했거나, 그 서랍장의 안쪽에서 영원히 잊혀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것을 눈에 담은 순간, 가슴까지 울려오던 격렬한 맥박의 느낌, 피부의 바로 아래쪽을 빠르게 지나던 뜨거운 액체의 속도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여전히 믿기지 않는 것은 그닥 감정이 고조되는 법이 없던 건조한 성격의 나를 극도의 흥분에 사로잡히게 한 것이 한낱 지도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느껴본 이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며칠간이나 일을 할 수도, 잠들 수도 없었다. 지도는 판독하기 힘들었지만 조금만 공을 들여 지리학적 지식에 기대거나 상상력까지 동원한다면, 옮겨 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 지도를 필사하기로 결심하고 그 일에 매달렸다. 내가 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죽은 할머니의 웅얼거림이, 말끔히 비워져 버렸으리라 생각했던 기억의 공간 안을 종종 채워 주었으며 나는 그것을 할머니에게 감사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를 사로잡았던 그 알 수 없는 기운에 대해서 설명하기란 곤혹스런 일이다. 무엇이든 납득 가능한 이유들을 열거하길 즐기거나, 상황의 당위성에 대한 강박증마저 가지고 있던 나에게 주어진 그 흥분의 시간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 지도를 판독해 필사하는 데에는 무려 1년 반 가량의 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내가 그 지도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을 마쳤을 때, 환청처럼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그곳을, 그곳을 찾아. |
The object which was preciously wrapped up in a yellowed cotton cloth material was clearly a map. Our family only started tidying up Grandmas relics for about three, four months after her death, and it was after another three, four months had passed when I discovered it in the corner of the edges of a closet. It was heavily damaged, and seemed to have a long history contained in it, and if it wasn‘t handled with the utmost caution, it looked as if it would immediately break up into small pieces. I eyed shapes and symbols which were difficult to interpret. Ink stains, blurred stains here and there, undecipherable words and pictures that had been cut off or erased, and comparatively clear organic topography. Even if quite a lot of work had been put into this map, it must have had the fate of heading straight into the wastebasket or being forgotten forever in the corner of the closet. The moment I beheld in my eyes, I can still remember the heavy beating of my pulse which could be felt near the heart, the speed with which the hot fluids passed just under my skin. I still cannot believe that I was in such an intense state of excitement. I felt, when I knew that I, being a person with a dry personality, was not that easily susceptible to heightened emotions. Because of this inexplicable emotion I felt for the first time, I could not work or sleep for several days. Although the map was difficult to interpret, I imagined that if I put enough effort into it and depended on my geographical knowledge and imagination, I could transfer the drawing to paper. I decided to copy the map to paper and devoted a lot of time into it. While I was pouring my efforts into the job, I could hear my dead grandmothers mutterings which helped fill back the empty spaces of my memory, which had been completely empty for quite some time. And I thanked Grandma for it. But I still could not explain the unknown energy which beheld me. Being a person who liked to find reasons for everything and almost an obsession about what should be, it is hard to explain why I in the slightest way did not ask questions about the inexplicable excitement that I felt then. It took almost an year and a half to finish the copying job. When at last I did finish the copying job, I could hear Grandmas voice like a hallucination. It said, Look for it, look for that pl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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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은 내가 그렇게도 듣길 원했던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지도를 옮기는 동안 끊임없이 나를 지탱시켜 주었던 것은, 바로, 그 지도만이 가능하게 해줄 미지의 어떤 곳을 찾고 싶다는 욕망이었으므로. 더구나 나는 할머니가 살아있을 때에도, 거의 할머니와 대화하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다른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지나치게 어려움을 느끼는 나의 문제 때문이기도 할 터였지만, 진심으로 나는 할머니에게 한치의 애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할머니 또한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할머니는 어떠한 중요한 존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할머니가 나에게 그곳을 찾아내는 일을 물려준 것이고, 그것이 나에게 가장 절실한 일이라는 것을 믿기로 한 것이다. 도대체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또는 어째서 나는 단 한번도 나의 감정을 의심하지 않는 것일까라는 질문들은 내 안에서 점점 더 불필요한 것이 되어갔다. 어쨌든 나는 곧바로 그곳을 찾아 나설 계획에 착수했다. 준비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지도를 옮겨내는 일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으므로, 자칫, 수시로 나를 찾는 게으름증과 의욕상실, 피해의식과 자기비하, 거기에 덩달아 우울증까지 머리를 쳐들고 올라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는 언제나 나를 떠나지 않고 몸의 구석구석에 잠복해 있는 그 난치병들의 공격으로 인해 생전 처음으로 나에게 느껴진 이 격렬한 감정이 빼앗기는 것을 조금도 바라지 않았다. 벽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여행용 가방을 꺼내기로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
That could have been the thing that I so desperately wanted to hear. That is probably because, while I was doing the copying job, what made me carry on was the desire to find this unknown place, and the map was the means to it. I did not talk that much with Grandma even when she was alive. That may have been because I have difficulty talking with other people, but also because I did not have the least affection for my grandmother. Grandma probably didnt like me either. Grandma was not an important presence to me. Despite this I had decided to believe that Grandma had left the job of finding the place to me, and that this was of utmost importance to me. It never occurred once to me where this belief that this was important to me or why I did not decide to doubt my belief, and these questions faded slowly into the background. I decided to start looking for this place. The preparations for this did not take that long. Since it had taken such a long time to copy the map, if it took too long for the next job I was worried it might bring laziness, loss of motivation, loss of self-confidence, self-deprecation and depression. I did not want these incurable diseases which had been present in my body to attack me and take away this new, intense emo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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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 Travelling Cart | |
또 한가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 여행가방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가방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그토록 열중하며 지도를 복원하는 일에 나의 모든 에너지를 고스란히 바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나는 줄곧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현실에선 단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지만, 나의 의식은 언제나 이곳, 단단한 제도의 공간으로부터, 가족이라는 이름의 억지스런 관계로부터, 아버지의 집으로부터 벗어나길 원하고 또 원했다. 아버지의 집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나가는 것, 그것은 나에게 자유를 의미했으며, 거세당한 욕망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내게 잠복해 있는 그 난치병들이 하나씩, 하나씩 나의 욕망을 제거하면서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언제나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아니, 실제로 나는 자유롭기를, 욕망하기를 서서히 멈춰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것을 자각할 때마다 나는 이 가방을 떠올리려고 노력했다. 가방은 벽장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상상 속에서 이 가방은 언제나 부지런히 자신의 바퀴를 점검하고, 손잡이와 지퍼를 단련한다. 몸놀림이 둔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또한, 갑작스런 여행을 준비하기 위해서. | If there is one more thing I need to profess, it is about this traveling cart. And the reason that I without a second thought poured all my energy into the copying job is not completely irrelevant to this traveling cart. To tell the truth, I had been preparing to leave for somewhere all along. Although I had put my plans into execution, all along I had desperately wanted to escape from this place, this suffocating relationship called family and my fathers house. Escaping from my fathers house meant finding freedom to me, and following my cut off desires. It made me shudder to think that the diseases of my mind and body were taking over the place of my desires. In fact, I could feel that I was beginning to stop wanting to be free, wanting to desire anything. Thankfully, I could think of my traveling cart, whenever I began to feel this suffocation. Although the traveling cart was cut off from sight inside the closet, in my imagination its wheels, handle and zippers were always being inspected, to prevent it from becoming sluggish. And also to prepare for a sudden jour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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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죽이고, 벽장문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었다. 상상이 현실로 전이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길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벽장의 문을 천천히 열었다. | I lowered my breath and put my ear to the door of the closet. One could never know if ones imagination would turn to reality. Although I could not hear a sound, it was only after I took a deep breath that I opened the door slowly. | |
/떠나다 | Leaving | |
벽장을 열고 꺼낸 가방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잘 굴러가는 바퀴와, 튼튼한 손잡이(이 손잡이는 버튼을 누르고 힘껏 잡아 빼거나 밀어 넣으면서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부드럽게 미끌어지는 지퍼, 그리고 여전히 선명한 아름다운 빨간색을 하고 있었다. 여행을 하기 위한 채비를 끝내고, 나는 내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같은 자리에 남아있을 가족들을 위해 한 장의 메모를 남겼다. 여행을 하려고 해요. 찾아가야 할 곳이 생겼거든요. 언제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하는 것의 공포에 대해, 나는, 이야기했어야 했을까요? 부디, 날 찾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당신들에게 몰수된 세계는 여기만으로 족할 테니까요. 안녕히. 열쇠구멍에 열쇠를 밀어 넣어 문을 잠그면서, 잠깐, 복잡한 심경이 되었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열쇠는 이 집의 구멍과 아주 깔끔하게 맞아떨어졌고, ‘철커덕’ 분명히 잠기는 소리가 났음에도, 나는 습관적으로 문의 손잡이를 돌려 잠긴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러한 강박증은 분명 의문하지 않고 길들여진 세계의 질서였다. 나는 온몸으로 이 열쇠를 버리라고 소리쳤다. 굳이 아파트의 계단으로 걸어 내려온 것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었다.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였으나, 계단 위에선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알아버렸다. 바깥으로 빠져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후두둑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다간 금새 빗줄기가 거세졌다. 제법 집에서 멀어졌을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열쇠를 하수구의 구멍에 던져버렸다. 아마도 열쇠는 가라앉아 버릴 테지만, 이런 기세로 비가 온다면 꽤 멀리까지 쓸려 내려갈지도 모를 것이다. |
The cart that I took out from the closet was in pleasing condition. The wheels rolled along well, the handle was in good condition(this handle could be adjusted to different lengths by pushing a button), the zippers were flexible, and the color of the cart was a vibrant 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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