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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en eun young jung

여성국극: 젠더 연습하기
정은영

   Yeosung Gukgeuk: Rehearsing Gender
(translated by Jae-eun Kwak)
     
약 일년 전, 마침 여성국극Yeosung-Gukgeuk에 관한 연구를 시작한 한 친구의 도움으로 여성국극계의 역사적 인물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여성국극은 40년대 말에 시작되어 5-60년대에 잠시 유행했던 창극 (Korean Musical)의 새로운 형태라 설명할 수 있지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극중배역을 오로지 ‘여성’들이 연기한다는 특수성과 전복성을 지닌다. 일상적 공간에서 만나게 된 이 전설적인 배우들은 영락없는 “할머니”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상과 무대의 구분이 그리 명료하지 않은채로 종종 ‘멋있는 젊은 남역’에 그들을 동일시하곤 했다. 더우기 ‘당대 최고의 스타 배우’로서의 강력한 정체화와 향수는 흐르는 세월에 대한 원망이 짙게 뭍어나기도 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연기자로서의 자부심과 무대를 향한 뜨거움, 차마 7-80대 고령의 노인들의 이야기라 믿을 수 없는 탈규범적이고 비전형적인 유쾌한 언어들의 유희는 내 상상력의 한계치를 한참이나 뛰어넘는 것이어서 나는 그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 마다 마치 조증환자처럼 달뜬 기분에 허우적댔다.

얼마나 오래도록 이러한 감정을 잊고 있었던 것일까? 말하자면 이 ‘정동’의 감정은 아주 오래전 티브이 채널을 무심히 돌리다 완전히 시선을 빼앗겨 버린 한 ‘다카라즈카Takarazuka’에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그보다 더 오래전 온 마음을 사로잡혔던 <올훼스의 창 >이나 <베르사이유의 장미 >따위의 만화책에서 시작된다. 아니, 그보다는, 사춘기 시절, 사랑의 열병을 경험하게 해준 톰보이같던 여중선배로 부터 시작된다. 아니 어쩌면 무엇이 시작이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나는 이런식의 정동, 혹은 정서가 나를 어떻게 구성해 왔는지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당대의 스타배우들을 만나는 일은 그저 흥분되고 설레는 일 이상의 자기 준거를 깨닫는 일이었고, 공연무대와 무대 뒤, 혹은 무대 밖을 넘나들며 카메라로 그들을 뒤 쫓는 일은 성실하고 정직한 사건의 도큐멘트가 아닌 각각의 범주들의 사이/틈새로 나 스스로를 관여시키는 일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여성국극에 ‘관한’ 작업을 하는 것은 어떤 이미지를 ‘전유’하는 것이 아니라, 나, 혹은 카메라가 위치해야할 자리를 부단히 숙고하고 성찰하는 일이었다.

작품 <분장의 시간 The Masquerading Moments, 2009>에서 나는 여성국극 남역배우들이 남성을 연기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얼굴을 “가장하는 masquerading” 행위에 집중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세명의 배우는 조금앵, 조영숙, 이소자로, 각각 “니마이(남자주인공으로 용맹스럽고 선하며 로맨틱한 감수성을 지닌 인물)”, “삼마이(남자조연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재담을 보여주는 인물)”, “가다끼(남자 악역으로 주로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간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인물)”라는 남성역할의 세가지 중심적 캐릭터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배우였다. 각각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한 단계중 하나이기도 한 “분장”은 마치 이 세명의 노배우들이 살아온 인생의 요약본 처럼 느껴졌다. 명백하게 무대와 무대밖의 경계에 위치한 틈새공간in-between인 분장실에서 벌어지는 분장의 “과정”은 이들의 여성신체 혹은 할머니의 신체가, “남성”의 신체와 혼재되는 경계적 순간이며 경계적 실천이고 그것이 구성해온 경계적 역사이다. 나는, 혹은 카메라는 분장실의 거울과 같은 위치에 자리하여 고정된 정체성, 젠더의 이분법, 그리고 본질론적 주체의 허상을 밝히는 증인이 되고자 했다.

분장을 포함해 본격적인 무대로 진입하기 이전의 모든 “되어가기”의 과정은 오히려 공연 그 자체 보다 더 강력한 목표와 의지, 그리고 그것을 향한 움직임으로 촘촘히 직조된다. 약 세시간에 걸쳐 한 여성국국 공연의 총리허설을 관망하는 작업 <리허설 The Rehearsal, 2009>은 무대 위 와 무대 밖을 연결하는 이행적 시간, 공간, 그리고 주체에 대한 은유이다. 무대 밖의 일상적 조건으로부터 본격적인 무대를 향하는 총체적인 구조와 질서에의 돌봄과 긴장, 정교화의 과정인 리허설은 본 공연을 결정하는 중대한 움직임의 언어들로 가득 차 있다. <뜻밖의 응답 The Unexpected Response, 2009>은 현재 여성국극계에서 가장 탁월한 니마이역 배우인 이등우의 리허설 장면을 담아내지만, 이 배우를 제외한 모든 주변의 상황과 조건을 제거하고 철저히 배우의 행위만을 강조한다. 배우는 표정과 목소리는 물론이고 섬세한 손발짓과 어깨짓, 시선처리와 감정이동등을 총 동원해 완벽에 가까운 “이상적 남성”을 다듬어 나가는데, 나는 이 정교화의 과정을 주의깊게 목격하고자 했다. 다른 성을 완전하게 연기하는 무대위에서의 “수행적 패로디performative parody”는 배우와 관객 모두에게 생물학적 남성만이 남성성을 현현할 수 있다는 본질주의적 관념을 향해 전혀 예상치못한 응답을 돌려주는 셈이다. 여성국극의 폭발적 인기는 스타배우를 탄생시키면서 두터운 팬층 또한 양산해냈는데, 여성관객들은 극중인물로서의 남자 주인공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이 남성들이 실은 여성에 의해 연기되고 있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동시에 동성애적 욕망에 사로잡힌다. 여성국극 남역배우는 결코 고정된 젠더범주에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주체를 재현하는 한편, 관객/팬들의 “응시 gaze”가 이 주체를 다시한번 범주 밖으로 재위치 시킨다.

여성국극은 이러한 전복성과 독자성에도 불구하고 내용의 전근대성에 대한 비판에 맞서고 있으며, 현재에는 간신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새로운 공연기획과 서사의 발굴이 거듭 이어지고 있고, 차세대 배우를 배출하려는 의지가 보다 가열차게 이루어 지고 있다. 또한, 몇몇 유의미한 시각으로 여성국극을 분석해내는 학계의 연구논문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다큐 제작과 영화제작, 만화출판등의 매체적 접근 또한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을 여성국극의 부활기라 이름붙일 수 있다면, 비대중적이기 짝이없는 미술언어로 접근한 여성국국에 대한 해석들을 내어놓는것이 실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미술언어로 “작업/예술하기” 역시 매우 적극적인 개입과 관계를 통한 “수행”과“이행”위에서 규범과 질서를 재구성해 내는 행위라 믿고 있다. 따라서 예술은 움직임에 관한 것이지, 고정성에 관한 것이 아니다. 여성국극 남역배우를 재현하는 행위는 나를 예술적 실천으로 이끄는 동기이자 동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나는 이 몇몇 작업들이 여성국극의 대표성을 이미지로 전유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었다. 그것은 또한 의미와 인식의 다채로운 결들이 한장의 이미지로 고착되거나 누군가의 소재적 선점으로 더 넓고 다양한 해석의 경험을 제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한편, 감히 여성국극에 대한 작업을 하겠다고 말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성국극 매니아인 동시에 연구자이며 오랜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 지혜의 공이 크다. 그는 언제나 기꺼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내가 가진 시각을 다듬고 영감을 실천 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그 누구보다도 배우이신 조금앵, 조영숙, 이소자, 이등우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매번 귀찮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경계하거나 꾸짖지 않으시고 항상 귀여운 손녀를 대하듯 환대해주셨다. 네분의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도 늘 따뜻하게 대해주신 여성국극보존회의 많은 선생님들께도 너무 큰 도움을 받았다. 촬영현장에서 즐겁게 어시스트를 해준 나의 친구이자 학생인 이민아와 이은수, 그리고 이 작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않은 친구 김현진, 김화용, 그리고 나영정에게도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많은 영감을 준 자료들은 다음과 같다.

김지혜, <1950년대여성국극의공연과수용의성별정치학>, 한국극예술연구 30집, 2009

백현미, <1950년대여성국극의성정치성2>, 대중서사연구 제18호, 2007

반재식, 김은신, <여성국극왕자 임춘앵전기>, 백중당, 2002

조영숙, <무대를 베고 누운 자유인>, 명상, 2000

전진석, 한승희, <춘앵전>, 서울문화사, 2008

주디스 버틀러, 조현준 역, <젠더 트러블>, 문학동네, 2008
  About one year ago, I had a fortune to personally meet the historic figures in the field of yeosung gukgeuk (women’s Korean musical) through the help of my friend who happened to begin to study it. Yeosung gukgeuk is a new type of changgeuk (Korean musical) which started in the late 1940s and earned popularity in the next two decades for a relatively short period. It had the singularity and subversiveness that characters of all ages and both genders were played by ‘female’ actors. These legendary actresses, whom I met not on the stage but in an ordinary place, looked just like “grandmothers” but they often identified themselves with the “fabulous male characters”, without drawing a clear line between stage and reality. It was rather regrettable to see that their strong sense of identity and nostalgia as “a stage star of the day” were ridden with resentment against passing time. Nevertheless, their enduring pride as an actress and passion for the stage, as well as pleasant play of words which were so non-normative and atypical for people in the ripe age of seventies and eighties, stretched far beyond the bounds of my imagination and I felt as restless as a manic, every time I met them and came.

How long have I forgotten this feeling? For me, this emotional state of affect began with a TV program about “Takarazuka” which I happened to watch while changing channels and definitely found my eyes caught by. Or, perhaps, it might have begun with Japanese cartoon books like The Window of Orpheus or La Rose de Versailles which thoroughly fascinated me much longer before the program, or even with the tomboy girl in my middle school days who gave me the experience of being overwhelmed by love. Or, rather, it might be utterly unimportant to find out where it originated, for I already fully understand how this kind of affect, or emotion has constructed me. The meeting with these one-time big stars was indeed an awakening to where I am referring to, rather than a mere exciting and heart-throbbing event. I followed them with a camera, going on stage, back stage and off stage, which was not a process of making a sincere and straightforward document of facts, but of intervening myself in the gap between each category. In brief, to work “about” yeosung gukgeuk is not to “appropriate” certain images, but to constantly consider and reflect on the place where I or the camera ought to be situated.

In my The Masquerading Moments (2009), I focused on how the yeosung gukgeuk actresses playing male characters “masquerade” as a man. The three top actress in this work are Jo Geum-aeng, Cho Young-sook, and Lee So-ja, who respectively represented the three important male characters such as “Nimai(a leading man who is brave, kind-hearted, and romantic)”, “Sammai(a supporting role who commits ridiculous acts and makes witty remarks)” and “Gadaggi”(a villain who stands in the way of the romance between male and female main characters). The “masquerading,” or stage make-up, which is one of the various steps to complete each character, seems to me the epitome of the three old ladies’ life. The “process” of make-up occurring in the dressing room, that is, the in-between space placed on the boundary between on and off stage, is the liminal moment, the liminal practice, in which their female or granny body is mixed with the “male” body, building up the liminal history of its own. I was intended to be a witness to disclose the falsehood of the fixed identity, the binary division of gender, and the essentialist subject, putting myself, or the camera in the place like the mirror of the dressing room.

The entire process of “becoming” behind the stage is closely interwoven with the objective and the will that are stronger than those of the performance itself, as well as the activities to realize them. The Rehearsal(2009) capturing the final, three-hour long rehearsal of a yeosung gukgeuk performance is a metaphor for the transitive time, space, and subject which connect between on and off stage. As the process of management, tension, and refinement related to the total structure and the order which move from the off-stage daily condition to the real stage, a rehearsal is full of the language of grave movements which will determine the performance. The Unexpected Response (2009), the record of the rehearsal of Lee Deung-woo, the best actress for the role of Nimai in the present yeosung gukgeuk scene, solely emphasizes on the behaviors of this actress, excluding all the situations and contexts surrounding her. She gradually transforms herself into the almost perfect “ideal man” not only through facial expressions and voice but also through gestures of hands, feet, and shoulders, eye directions, feelings and so on. I carefully observed this process of refinement. In a way, the “performative parody” of completely playing the opposite gender on the stage gives an utterly unexpected response to the essentialist notion that only a biologically determined male can embodies masculinity in front of both players and audience. The explosive popularity of yeosung gukgeuk produced not only stars but also devout group of fans. Women audience felt love toward the leading male character but they also knew that it is played by a woman, thereby finding themselves captivated by lesbianism. The yeosung gukgeuk players for male characters represent a new type of subject which can never be confined to a fixed category of gender and the audience/fan’s “gaze” re-places this subject outside the category once again.

Nevertheless, in spite of this subversiveness and singularity, the yeosung gukgeuk faces the charge of its pre-modern content, and nowadays, just maintains it’s slender existence. But there have been the players’ incessant efforts to create new repertories and narratives and to find and support next generation artists. Furthermore, academic researches and papers began to approach it from meaningful perspectives and the production of documentaries, films, and comic books are carefully considered and attempted. If the present situation marked by these activities can be called the regeneration period of the yeosung gukgeuk, the interpretation of this women’s musical in terms of the language of art, the most unpopular thing you’ve ever seen, is undoubtedly a too heavy burden on me. However, I firmly believe that “working/doing art” in the language of art is also reorganizing the norm and order on the basis of “performance” and “fulfillment” through very active interventions and relationships. Thus, art is about movement, not about fixedness. The activity of representing the male characters of yeosung gukgeuk has been to me both a motivation and a tool for further artistic practice. As I said repeatedly, I am cautious that these several works will appropriate the representativeness of the yeosung gukgeuk as images. And I also wish that the various textures of meanings and understandings will not be fixed as an image, and the acquisition of the subject matter will not put limits on the interpretative experience which will be broader and more diverse.

On the other hand, it is owing to the help of my old friend Jihye, a mania and researcher of the yeosung gukgeuk that I dare to have courage to work on it. She always kindly set aside time from her busy schedule and gave advice to me so that I was able to polish my ideas and put my inspiration into practice. Needless to say, precious help was also provided by the actresses, Jo Geum-aeng, Cho Young-sook, Lee So-ja, and Lee Deung-woo. They neither avoided nor scolded me whenever I thrust a camera up to their face and welcomed me as if I were their adorable granddaughter. I must express my gratitude to the members of Yeosung Gukgeuk Preservation Society who always warmly embraced me. And my thanks also go to Lee Min-ah and Lee Eun-soo, my friends and students who willingly assisted me on the shooting spot and my friends Kim Hyun-jin, Kim Hwa-yong, and Na Young-jung who supported me in every aspect in order to proceed this project practically and materially.

My artistic inspiration came from the materials such as:

Kim Jihye, “Gender Politics in Performance and Acceptance of Female Gukgeuk in 1950s”,The Journal of Korean Drama and Theatre, Vol 30, 2009.

Baek Hyun-mi, “The Sexual Politics of Yeosung Gukgeuk in the 1950’s in Korea 2”, 2007.

Bahn Jae-sik and Kim Eun-sin, The Biography of Im Chun-aeng, the Prince of Yeosung Gukgeuk, Baekjungdang, 2002.

Jo Young-sook, A Free Soul Laying Her Head On the Stage, Myeongsang, 2000.

Jeon Jinsoek and Han Seung-hi, The Story of Chung-aeng, Seoul Cultural Publication, 2008

Judith Butler, Gender Trouble, trans. by Jo Hyun-jun, Munhakdongne, 2008.

                                                      



전시 <시선의 반격> 도록, 두산갤러리, 2009년